임시 정원

이 작업은 무엇이 자연인지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고민한 결과물이다. 나는 사진에 찍힌 대상이 자연 자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본 것들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체 모를 미생물의 공포로 세계가 들썩였다. 나의 일상생활도 바뀌었다. 매일같이 집 주변을 배회하던 것이 이 작업의 출발이다. 골목골목에는 미지의 조형물들이 산재해 있었다. 건물들의 외벽과 담장을 경계로 내가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내 땅입니다,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나는 대체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으로만 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나는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담장 너머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나는 내향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지만 남의 구역에 불쑥 들어가는 것을 겁내지는 않았다. 여러 번 남의 집 대문을 넘나들었다. 담장 높은 곳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잠시 사다리를 훔치기도 했고, 주인과 마주친 적도 몇 번 있었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 아무튼, 길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필연적으로 폐를 끼치게 되어있다. 나는 남에게 폐를 좀 끼치면서 살자고 다짐한지 오래다.

하나의 사진 시리즈로 작업을 완성해 보자고 결정한 뒤, 그 해 겨울에 많은 사진을 찍었다. 겨울에 촬영한 사진이 많기 때문에 나목과 고목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죽은 나무들을 볼 때마다 자주 그것들을 불쌍하다고 여겼다. 그렇나 정말 불쌍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것들에게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았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